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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사진으로 가는 길 - 3

2006.06.26 11:14

♥낭만/현영찬♥ 조회 수:2697 추천:214

창조적 사진으로 가는 길 - 3

----- 무엇을 찍을 것인가? -------- 한 정 식 (중앙대, 현 대구예대 석좌교수)

나) 주제는 어떻게 정하는가.- (계속)

혼자서 주제를 찾아내거나 정하기 위해서는 사물을 보는 훈련을 먼저 해야 한다.
사물을 보는 훈련이라고 해서 자세히 관찰하는 훈련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관찰해야 할 경우도 있겠지만, 자세한 관찰보다 중요한 것은 통찰력이다.

사물을 보는 순간 아, 하고 새로이 느껴지고 새로이 보이는 통찰력을 기르는 훈련이 더 중요하다.
통찰력이란 사물을 보는 순간 그 사물의 의미나 느낌이 순간적으로 깨달아지는 그런 능력을 가리킨다.
꽃이면 꽃, 나무면 나무가 남과 달리 보이고 달리 느껴지는 통찰력이 자세한 관찰보다 중요하다.
이런 통찰력 없이 백 날 찍어야 헛일이다.
많은 아마추어 작가들의 작품이 평가를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이 여기에 있다.
밤낮 보던 사진의 되풀이가 되는 까닭이 이런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탓이다.

이 때 주의할 것이 상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2004년 4월호) '탈상식'을 말한 대목을 상기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상식을 벗어나야 한다고 해서 무슨 기상천외한 것을 찾으라는 것은 아니다.
몇 번씩 거론된 것이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내용을 주제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꽃을 보면서 단순히 아름답다 하면 그것은 평범한 상식이다.
그런 얘기 새삼스러울 것 없듯, 그런 사진 찍어 보았자 밤낮 그게 그 사진이 되고 만다.
아름답되, 그 아름다움이 늘 보던 아름다움, 남들이 다 알고 있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남들은 미처 느끼고 깨닫지 못한 아름다움, 내가 발견해낸 아름다움일 때 그 아름다움은
찍을 만한 가치가 있는 아름다움이 된다.
그런 것을 찾아 찍어야 창조적인 사진이 되는 것이다.
꽃에서 아름다움이 아니라 전혀 다른 면을 찾아낼 수도 있다.
에이즈에 걸려 작고한 미국의 천재적인 사진가 메이플소프(R. Mapplethorpe)는 칼라(calla)꽃을
성적인 이미지로 영상화하기도 했다.
꽃을 성적인 대상으로 파악하였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의 칼라 사진을 보면 성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진다.
그는 동성애로도 소문이 난 사진가였다.
인간과 작품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성적인 느낌이든, 성스러운 느낌이든 여하튼 꽃에서 남다른 면을 찾아내는 일이 사진 찍기보다
앞서야 한다.
눈에 띄는 대로 덜컥 찍는 것만으로는 좋은 사진이 되지 않는다.
아니, 덜컥 찍어도 되지만, 다만 통찰력을 바탕으로 했을 때에 한하는 얘기이다.
훈련이 필요한 것이 그래서이다.
훈련을 위해서는 찍기 전에 잠시 생각하고 살펴보아야 한다.
그 사물에서 무엇인가 새로운 느낌이 오는지, 남다른 측면이 보이는지 살펴야 한다.
그런 것이 보일 때, 이것이 새로운 것일까 생각해 보고 그렇다는 판단이 서면 찍고 아니면
그 자리를 떠야 한다.
이런 과정의 되풀이가 바로 통찰력을 기르는 훈련이다.
이런 훈련은 하필 사진 찍을 때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길에서나, 집 안에서나, 눈에 띄는 모든 사물을 보며 그 사물을 어떻게 찍어야 사진이 될까를
관찰하고 생각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그러면서 그 본 것을 찍어야 한다.
설사 새로운 것이 못 되어도 계속 찍어야 한다.
이런 훈련을 되풀이하다 보면 어느 날 드디어 사물이 새로운 면을 드러내고,
새로운 느낌이 느껴질 때가 온다.
드디어 눈이 트인 것이다.
그 때부터는 덜컥 찍어도 사진이 된다.
이것 역시 일종의 깨달음이다.
산 속의 스님만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니다.
사진가, 아니 모든 예술가가 이런 깨달음을 바탕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다.
깨달음 없이는 사진도 작품도 나오지 않는다.
훈련이 필요한 것이 그래서이다.
필자가 모 중학교 국어 교사로 근무할 때, 중학생들에게 '봄'에 관한 작문을 짓게 하면서
어디에서 봄을 느꼈는지 글로 옮기기 전에 말로 먼저 해 보게 하였다.
햇볕이 따뜻해졌어요,
개나리가 피었어요,
사람들이 외투를 벗었어요,
등등 대체로 상식적인 얘기들만 했다.
그런 것으로 글을 지어 보아야 다 아는 얘기이니까 흥미를 끌 수는 없음을 강조하고
봄이 왔음을 언제 알았는지, 어떤 것을 보고 새삼스러이 느꼈는지 다시 한번 물어 보았다.
그랬더니 한 학생이 '우리 집 김치가 시어졌어요.' 했다. '바로 그것이다.
' 하고 칭찬을 해 주었다.
요즈음이야 계절을 생각 않는 때이지만, 당시만 해도 초겨울이면 집집마다 김치를 담그던 때였다.
겨우내 먹고 봄이 되면 날씨 탓도 있겠지만, 시어 꼬부라지고 만다.
보통은 그냥 아이고 시어서 못 먹겠다 하고 말겠는데,
이 학생은 거기에서 '아니 김치가 이렇게 시다니, 봄이 벌써 왔는가?' 하고 느낀 것이다.
이런 것이 남이 미처 생각해 내지 못한, 자기만의 발견이요 느낌인 것이다.
창조적 사진으로 가는 길목에서 첫 번째로 부딪치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바로 이것으로, 무엇보다도 사물을 보는 눈, 통찰력부터 길러야 한다.
여러분도 이번 봄에 어디에서 무엇을 보고 봄이 왔음을 느낄 수 있었는지
그것을 찾아 찍어 보기 바란다.
개나리나 진달래, 녹아가는 얼음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따위는 빼어 놓고 '
나만이 찾아내고 나만이 느낀 봄'을 실습삼아 한번 찍어 볼 것을 권한다.
이것이 이루어지고 나서 접근 방법도 필요하고 기법도 소용이 된다.
사물을 보는 눈,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자연을 파악하는 통찰력을 우선 길러야 한다.
이것 없이 창조적 사진은 찍히지 않는다.
이것은 훈련을 통해서만 얻어진다.
천성적으로 그런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 그런 사람을 소질이 있다고 한다.
이런 소질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했으면 훈련을 통해 얻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훈련에는 시간이 든다.
노력도 필요하다.
무슨 일이든 시간과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다.
시간을 가지고 남의 좋은 사진 많이 보고,
많이 찍고,
많이 생각하면 그러한 능력은 저절로 붙는다.(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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