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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덕유산/미리 가본 천국

2010.01.06 10:47

조나단/범공천 조회 수:2193 추천: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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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덕유산 신천지

 

새해 첫날 무주리조트에서 새벽 5시 반부터 30m거리를 한 시간 반을 이동하여 곤도라에 탑승할 수 있었다.

신새벽의 엄혹한 추위 속에서 스키어 등산객 사진가들로 범벅이 되어 차례를 기다리는 그 엄청난 수의 많은 군중 속에 - 맹위를 떨치는 추위마저 녹일 듯한 그 젊음의 열기 속에 내가 있다는 것에 조그만 희열같은 것이 나를 고무시키고 부추겨주었다.

 

설천봉 휴게소에서 등산을 위한 최종점검을 하며 2년 전의 기억이 나를 재무장시킨다.

나는 그때 향적봉은커녕 중봉은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설천봉 주위를 겨우 5분 정도의 주기로 휴게소를 들락거리며 담았던 그 기억말이다. 오늘은 겨울 산행과 이곳 촬영 포인트를 잘 알고 계시는 강촌 님이 앞에서 이끌어 주심에 큰 힘이 되었다. 단독 행동이라면 아마도 향적봉에서 더 이상 지속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나는 시시포스를 떠올리며 고통을 감내하려했다. 제우스를 무시하고 속인 죄로 지옥에 떨어져 바위를 산 위로 올리면 다시 굴러 떨어지고 이를 다시 올리는 일을 한없이 되풀이하는 영겁(永劫)의 형벌을 받았던 시지포스.

또 한 편으로는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들의 투혼을 떠올리기도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동장군의 그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목적지 중봉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

 

동장군 그는 누구인가. 나폴레옹1세가 러시아 원정에 나섰으나 때마침 몰아닥친 강풍과 영하25도의 혹한으로 퇴각하게 되는데 이를 두고 ‘겨울 혹한이 막강한 전투력보다 더 무섭다' 고 해서 동장군(冬將軍 General Winter)의 유래가 됐던 것.

나폴레옹은 동장군에 굴복하여 러시아 공격에서 패퇴했지만 나는 결코 이에 굴복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 체력으로는 그만한 저온과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으로 그야말로 최악의 기상조건임에도 중봉까지 다다를 수 있었다니 스스로 대견스러워 나를 칭찬하고 최상의 격려를 했다.

 

그러고나서 일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나는 촬영 포인트를 정하지 못해 또 그놈의 조급증이 발동하여 우왕좌왕하다 조바심에 대충 삼각대를 거치시켰다. 사방천지가 모두 절경인데 어디인들 어떠랴 싶었다. 단지 햇님만 면접할 수 있으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면 새해 첫날 신선한 아침 해살을 머금은 상고대를 내 가슴과 앵글에 담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리도 애타게 기다리던 진사들의 학수고대에도 불구하고 일출 광경은커녕 점심식사 시간에 맞춰 하산하여야 할 시간까지 끝내 외면했다. 하산하는 동안 감칠맛나게 수초 동안 파란 하늘이 열리곤 했으니 이마져 고마운 일이다.

 

그리고 햇님을 원망하고 기다릴 여유가 없다. 온 세상이 백색의 향연에 나목들의 상고대(나무서리樹霜)의 그 기기묘묘한 형상에 넋을 거의 빼앗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수중식물과 산호초들로 빼곡히 들어선 바다 속을 유영하는 것이다.

또 때로는 눈의 요정과 같이 놀고 숨바꼭질도 하였다.

또 때로는 천국이나 이상향(理想鄕 Utopia)에 온 듯한 환상에 젖기도 하였다.

나는 MP3에 저장해온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흥취를 더하고도 싶었지만 그 놈의 동장군이 극구 방해하기에 결국 그만 뒀다.

 

이제 그만하면 메모리카드에 300 컷은 족히 넘었으니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고 시간을 지키기 위해 오다 보니 이제사 하늘이 열리기 시작하니 곤도라를 타고 내려오며 아쉬운 마음 이루 형언키 어려웠다.

어떻게 하다보니 1시간 전에 약속장소에 도착하였다. 참으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다 시피 도전한 출사이기에, 석병두 님 말씀대로 혹독한 극기훈련을 받은 셈이다.

 

점심시간에는 돼지고기찌게에 소주 한 잔의 맛은 동장군과 싸우느라 지친 몸을 풀어죽고 천국에 갔다온 감동의 여진을 일깨우는 것이었다.

나와 식탁을 같이한 배나드리/유지성 내외분께서 술을 사셔서 옆 테이블까지 즐거움을 같이 하였다.

 

돌아와서 나는 한 작품도 올리지를 못했다. 그 기상의 악조건에서도 올라온 작품들을 보니 감탄에 감탄의 연속이어서 감히 어디다 내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역시 고수분들은 뭐가 다르든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또 했습니다. 이날 언제 저런 순간이 있었는가 싶게 기가 막히게 멋진 작품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역시 기다리며 때를 보는 안목도 촬영 기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시간이기도 하였다.

 

이 나이에 객기부리지 말라는 친구의 조언이 있었지만, 내 어찌 또 다시 덕유산을 찾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이날 같이한 낭만 식구 여러분 수고 많으셨고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유지성 님 내외분과 양촌 선생님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 인물사진 한 분은 유지성 사모님이 아닌가 싶은데...그리고 또 다른 인물은 필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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