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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양사 출사 후기

2010.11.12 18:24

조나단/범공천 조회 수:2686 추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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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양사 출사 후기

입동이 지나자 가을이 갑자기 내달리며 퇴각하는 듯한 조바심에
가을님의 치마끝자락이라도 붙잡기 위해
남쪽 백양사 출사에 합류하기로 하였다.
떠나가는 임을 이대로는 도저히 그냥 보낼 수는 없어
사진 촬영 목적과 함께 그 임을 바래다주기 위한 것.

수준 높은 작품과 남다른 사진예술에의 열정에 대해
평소에 부러워해온 화사랑 송영석 님을 인천 구월동에서 뵙게 되었다.
9일 0시 조금 지나 일행 6명이 합류하여 스타렉스 12인승으로
넉넉한 자리에 편안히 앉아 4시 조금 지나서 백양사에 도착하였다. 

6시 반이 지나면서 희미한 어둠을 헤치고 우리 일행은
쌍계루를 담아낼 수 있는 못의 좁다란 둑에 삼각대를 거치한 다음
잠시 더 차내 휴식 후 촬영 포인트에 돌아오니
꽤 많은 진사들로 붐벼 혼잡하기까지 하였다.
화사랑 님의 여유롭고 재치있는 리드로 가장 양호한 포인트에서
바람과 구름이 다소 걸리긴 했으나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이곳서 900미터 떨어진 약사암(藥師庵)으로 향하였다.

400m라는 약사암 안내 표지판을 보고서부터는
가파른 경사 길을 지그재그로 오르는 동안 가픈 숨이 턱까지 올라오면서
체력이 부치긴 했으나 아기단풍의 찬란한 황홀경에 도취되어
어느 결에 약사암에 당도하였다.

약사암은 학바위 중턱에 자라잡고 있어 백양사 전경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막힌 포인트.
오색 찬연한 자연의 풍광에 심취한 채로
한참을 눈과 가슴과 카메라 앵글에 담아내었다.
한 편의 안내판에는 백양사의 유래가 적혀있다.
백양사(白羊寺)는 원래 정토사(淨土寺)였으나
환양선사가 절에 머물면서 염불을 하자 흰 양들이 몰려오는 일이
자주 일어나자 이를 보고 사찰이름을 백양사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언제나 그렇듯 출사 후 돌아올 때는 만선을 이끌고 회항하는
어부의 그 풍성한 마음을 헤아려보게 된다.
점심은 백양사 인근 식당을 물색했으나 마땅치 않아
정읍휴게소에서 13시를 넘겨 맵싸하면서 후련한 연포탕으로 허기를 채우고 나니

양촌 장영진 선생님께서 대봉을 하나씩 안겨주어
그 야들야들한 여인의 입술처럼 달콤한 홍시까지 후식으로 먹고 나니
그야말로 포만감이 심신을 나른하게 한다.
내가 손수 운전을 하지 안 해도 서울까지 데려다 주시는 분이 있으니
이 자유, 이 무책임성, 이 방임으로 인한 이 행복감...

출발 당일 심야에 그 먼 남쪽 장성 백양사까지 운전하시랴
촬영 포인트 물색 및 확보하시랴
단촐한 식구이기는 하지만 인원 통제와 식사 안내까지
그리고 다시 복귀를 위한 운전으로 참으로 노고가 많았습니다.
감사무지로소이다.
간혹 교대 운전으로 편안한 여행이 되도록 수고해주신
바람골 하종하 님께도 심심한 사의를 표해 마지않습니다.

양촌  장영진 님의 동료 교사였던 이희자 선생님께도 감사한 말씀 드립니다.
식사 시간에는 부족한 반찬 부지런히 날라다 주시고
특히 연포탕의 낙지를 먹기 좋을만하게 가위로 잘라주신
세심한 배려와 따뜻한 정도 고마웠습니다.
말수 적고 젠틀하신 도광 권헌식 선생님,
오가는 동안 제 짝꿍이 되어서 좋은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 좋은 분들과 인연이 되어 좋은 작품을 얻을 수 있었던
금년도 단풍의 절정기에 맞춰 백양사 출사의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고, 청명한 날씨 또한 축복이었다.


♬ 뉴욕의 가을 OST- Elegy For Charlo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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