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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출사

몽골 출사기(2011.7.24~30)

2011.08.02 19:23

안단테/우승술 조회 수:2696 추천:14



































||0||0오래 전부터 몽골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갈 기회가 여의치 않다가 낭만클럽에서 사진여행을 한다고 해서 따라 나섰다.
지난 3월부터 기획해서 희망자를 모았는데 갈 사람이 너무 많아서 거절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한다.
이번에 함께 간 사람은 모두 37명에 여행을 주관하는 노재섭씨와 그의 부인 바야르마(몽골 출신) 이렇게 모두 39명이다.
노재섭씨와 그 부인은 하루 먼저 떠났고 일행은 7월 24일 인천공항에 모여서 단체로 출국을 했다.
울란바트로는 시차가 한 시간 있고(한국보다 1시간 늦음) 비행시간은 3시간이라고 한다.
인천공항에서 12시 30분에 출발하여 징기스칸 공항에 도착하니 현지 시간으로 오후 2시 30분이였다.
비행기에 내려서 올려다보니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이스타나 승합차 5대에 나누어 타고 공항을 나섰다.
울란바트로 변두리를 잠시 지나 언덕 하나를 넘으니 바로 초원이 펼쳐진다.
예초기로 잘 깍아 놓은 것 같은 초원엔 이상하게도 나무가 한 그루도 보이지 않는다.
높은 산은 없고 야트막한 언덕만 이어진다.
떠나기 전에 초원엔 말과 소,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을 거라는 상상만 해 오던 몽골 대초원에 들어 선 것이다.
첫날은 숙소인 엘송타시르하이까지 270km를 이동해야 하는데 아스팔트 길이라 별로 어려움은 없지만
도로가 군데군데 패인 곳을 피해서 가야 하기 때문에 속력을 마음대로 낼 수 없었다.
그러나 상태가 좋은 길에서는 시속 120km로 밟아서 눈알이 팽팽 도는 것 같았다.
출발해서 30분 정도 지났을까 뒤 따라 오던 2호차의 뒷동태(바퀴)가 빠져서 초원으로 사정없이 굴러 갔다는 것이다.
앞서 가던 차들이 멈춰서고 운전사들은 한 차에 옮겨 타고 사고 난 차량을 수리하러 떠났다.
때마침 양떼들이 지나고 있어서 역광으로 한참을 찍고 있는데 고장난 차를 수리해서 돌아 온 것이다.
고장 난 차를 과연 수리해서 타고 갈 수 있을까 믿기지 않았는데 기적같이 수리해서 달려오는 걸 보고 참으로 놀라웠다.
뒤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초원길을 여행할 때는 반드시 여러 대가 함께 움직이다가 차량이 고장이 나면 함께 힘을 합쳐서 해결한다고 한다.
몽골 기사들은 운전도 잘 하지만 웬만한 고장은 다 고쳐서 달린다고 한다.
숙소로 가는 도중에 경치 좋은 곳마다 잠시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 가며 가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렸다.
몽골은 위도가 높아서(50도) 오후 8시가 되어도 해가 떠 있고 9시 30분쯤에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숙소에 다다를 쯤에는 해가 완전히 져서 깜깜하다.
아스팔트 도로가 잘 나 있고 기사들이 잘 아는 곳이라 해가 져도 찾아 가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초원길에서는 해가 지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해 떨어지기 전에 숙소에 도착해야 하는 것이 초원여행의 철칙이라고 한다.
숙소에 도착하니 밤 10시, 사방이 깜깜하여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게르에 짐을 옮기고 저녁식사를 했다.
각자 가지고 온 소주를 돌리며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게르 하나에 2명 내지 4명씩 들어 갔다.
밤이 되자 추워지기 시작해서 난로에 장작불을 피눴다.
직원들이 와서 불을 피워 주는데 자다가 불이 꺼지고 나면 다시 피울 줄 몰라서 호들호들 떨고 밤을 샌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첫날이라 긴장하고 먼 길 오느라 피곤했던지 금세 잠에 빠져 들었다.

다음날 눈을 떠보니 현지시간으로 아침 5시, 벌써 동이 틀 무렵이다. 허겁지겁 카메라 들고 숙소 뒤편으로 올라갔다.
날이 밝아서 보니 숙소 뒤가 작은 사막이었다. 게르를 넣고 일출을 담았으나 썩 좋은 작품은 아니다.
일출이 끝나고 낙타 다섯 마리를 몰고 와서 모래 언덕에서 연출을 했다. 모래 언덕위로 줄지어 가는 낙타를 담아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사가 급한 모래 언덕에서 낙타발길에 채인 모래가 휘날리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셔터타이밍을 놓친 일행들이 다시 해 달라는 요청에 낙타 주인은 무려 네 번이나 모래 언덕을 오르내렸지만 짜증 한번 내지 않는다. 참 순박한 사람들이다.
낙타 촬영을 마치고 뒤를 돌아보니 초원엔 양떼들이 운동회라도 하는지 길에 뛰어 다니고 야단이다.
양떼를 한참 찍고 있는데 말을 탄 목동이 말떼를 몰고 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보기 드문 장관이지만 몽골 초원에서는 이런 풍경이 가는 곳 마다 펼쳐진다고 한다.
반바지를 입고 나갔더니 새벽이라 무척 추웠다. 한낮에는 20도가 넘어서 햇볕에 나가면 따갑지만
저녁이나 새벽은 10도 이하로 내려 가서 두껍고 긴 옷을 입어야 했다.  
아침 식사를 하고 9시에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길을 떠났다. 울란바트로에서 계속 서쪽으로 이동하는 중이다.
점심식사를 하게 될 하르호름까지는 85km인데 거기까지는 포장도로라고 한다.
하르호름에 도착하여 언덕에 올라가니 거대한 어워가 있다.
어워는 돌이나 나무를 쌓아서 만든 우리식으로는 성황당 같은 것인데 몽골 사람들은 길을 가다가 어워를 만나면 돌을 하나씩 얹고 주위를 세 바퀴 돌고 간다고 한다. 여행 중에 안전을 비는 뜻이라고 한다. 어워 위에는 말 머리뼈가 올려져 있는데 경마에서 우승한 말이 죽으면 머리뼈를 여기에 올려 놓는다고 한다.
하르호름 언덕에서 내려다 보니 남쪽으로 오르혼강이 굽이쳐 흐르고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는다.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길을 떠나니 포장도로가 끝나고 초원길로 들어 선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초원 여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초원에는 자동차가 지나 다닌 흔적이 여러 갈래로 나 있는데 차가 많이 다녀서 흙이 패이면 바로 옆 풀밭으로 다니는데
차가 자주 다니다 보면 그것도 길이 되는 것이다. 대형 트럭이 자주 다닌 곳은 바닥이 깊게 패이거나 요철이 많아
승용차나 승합차는 털털거려서 다니기를 싫어한단다. 그래서 차가 다니는 길 보다는 풀밭으로 다니는 걸 더 좋아 하는 것 같았다.
앞차가 날리는 먼지가 대단한데도 기사들은 꼭 앞차 꽁무니를 따라 다녀서 좀 떨어져서 가자고 해도 그 때 뿐이다.
점심을 먹었던 하르호름에서 둘쨋날 숙소인 칭헤르까지는 130km인데 비포장이라 시간이 한없이 걸렸다.
오후 6시쯤 온천마을에 도착하니 하늘이 잔뜩 흐리고 빗방울이 오락가락 한다. 게르에 짐을 풀고 우선 온천욕부터 했다.
수영복을 입고 야외 노천 온천탕에 들어가니 물이 제법 따끈해서 그동안의 여독이 풀리는 것 같았다.
물은 미끈거리고 유황 냄새가 제법난다. 저녁은 허르헉이라고 몽골 전통 양고기 요리가 나왔는데 양고기를 푹 삶은 수육이었다.
기름덩어리가 많고 노린내가 나서 잘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소주와 함께 먹으니 그냥 먹을만은 한데 손에서도 양고기 냄새가 많이 났다.
술 한잔을 곁들였더니 금세 잠이 들었다. 한참 자다가 깨어 보니 비가 제법 세차게 내렸다. 게르 지붕위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새벽에 나가 보니 지붕에서 빗물이 새서 잠을 설친 사람들도 많았다.
바로 옆 게르에서 섹소폰 소리가 들렸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섹소폰을 가지고 와서 불고 있는데 나도 풀룻을 가지고 왔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초원에서 듣는 섹소폰 소리는 긴 여운을 남겼다.
오전 내내 비는 그칠 줄 모른다. 비가 오지 않았다면 숙소근처에서 야생화를 담을 건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게르에 앉아 있다가 비가 조금 덜 하면 언덕에 올라가 보기도 했다.
무심코 풀밭을 거니는데 무르팍이 따끔한다. 뭔가 해서 봤더니 독풀에 쏘인 것이다.
바지 위로 쏘였지만 제법 따끔거리고 건지러운데 맨살에 쏘이면 어떨까.
오전 내내 게르 주위에서 서성거리다가 점심 식사를 하는 중에 비가 그치고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 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부리나케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오늘은 이동거리가 불과 50km라서 아무리 초원길이지만 2시간에는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숙소를 떠나 언덕하나를 지날 무렵 야생화 군락지가 나타났다. 야크와 소 양떼들이 야생화 꽃밭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고 목동은 보이지 않는다.
온갖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벌판에 서니 마치 천상화원에 온듯하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본 용담, 산부추도 있지만 드물게 에델바이스도 보인다.
차는 먼저 올라 가도록 하고 모두 내려서 야생화 사진을 찍으며 언덕을 넘었다. 몽골 하늘의 특징은 몽실몽실한 뭉게구름인 것 같다.
구름이 지나 갈 때 그늘을 만들고 구름과 구름사이에 햇살이 비치면 초원에는 명암의 대비가 생긴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열심히 담았더니 제법 쓸만한 사진이 있었다.
천상의 화원에서 하루 종일 머물고 싶지만 다음 목적지를 향하여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오늘 가는 곳은 체체르렉인데 몽골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라고 한다.
체체르렉에 이를 무렵 타미르강을 지났다. 타미르강은 몽골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강이라고 하는데
오늘 해질 무렵 높은 언덕에 올라가서 노을진 타미르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체체르렉은 꽃마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며 높은 산아래 형성된 도시인데 멀리서 보면 빨간 지붕과 골목길이 참 아름다웠다.
숙소는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산허리에 있었다. 오늘도 역시 게르에서 잠을 잔다.
여기는 시내와 가까워서 24시간 전기가 들어오는 모양이다.
지금까지 잔 곳은 해가 지면 자가 발전기를 돌려서 불을 켜고 자정 전에 꺼버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와 휴대폰을 충전하려면 번잡해서 힘들었는데 여기서는 24시간 충전이 가능하다.
숙소에서 내려다 보니 도시가 한 눈에 쏘옥 들어 왔다. 게르가 있는 언덕에는 에델바이스가 무더기로 피어 있다.
에델바이스 한두송이 담으려고 설악산까지 간다는데 여기서는 발에 밟히는 것이 에델바이스다.
저녁식사를 좀 일찍 마치고 타미르강의 노을을 보기 위하여 높은 언덕으로 갔다.
차가 다닌 길이 전혀 없지만 운전기사들은 산길을 잘도 올라 간다.
이런 초원의 산길에서 국산차가 힘차게 다닌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기만 하다.
언덕위에 오르니 강이 발아래 내려다 보이지만 노을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숙소로 돌아 오니 이미 어둠이 깔렸다. 부지런한 사람들은 별을 찍는다고 카메라를 들고 언덕으로 나왔다.
나도 별사진을 처음으로 시도 해 보았는데 생각처럼 잘 되질 않아서 내일로 미루고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은 엄청 추웠다. 언덕에 세면대가 있긴 한데 물이 어찌나 차가운지 세수하기가 겁이 났다.
숙소근처에 미네랄워터 샘이 있다고 해서 가 보았다. 땅에서 미네랄워터가 콸콸 솟아 나는데 인근 주민들은 물통에 받아서 손수레로 운반해 간다.
나도 먹어 보니 물맛이 좋았다. 차라리 이 물로 세수하고 양치질 했더라면 덜 차가웠을 것 같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길을 떠났다. 체체르렉 시장에 들러서 과일이나 과자도 사고 시장구경을 했다.
언덕위에서 내려다 볼 때는 참 아름다웠으나 막상 시내에 들어가서 보니 쓰러기 투성이에 누추하기 그지없다.
몽골 전통복장을 한 젊은이와 할아버지는 사진 찍는데 기꺼히 협조해 주었으나 시장상인들은 손사례를 쳤다.
방금 잡은듯 한 양 한 마리를 등에 멘 사람이 어디론가 황급히 사라진다.
오는 도중에 보니 길가에서 소를 잡아서 분해하는 풍경도 있었다. 이 나라에 와서는 과일 구경하기가 쉽지 않고 값도 만만치 않다.
땅은 넓은데 채소나 과일을 가꾸는 사람은 별로 없는가 보다. 바나나 사과와 같은 과일은 수입해서 팔기에 값이 한국보다 더 비싸다.
오늘 가는 곳은 우긴노루라고 하는 큰 호수인데 거리는 160km지만 초원길로 달리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하며 도중에 식사할 곳도 마땅치 않아서 도시락을 싸서 쉬지 않고 달렸다.
햇살이 따가와서 그늘이 있는 곳에 점심식사를 하려고 했으니 마땅한 곳이 잘 없었다. 어느 작은 마을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다시 출발했다.
처음 오는 우리는 방향감각도 없는데 기사들은 이정표 하나 없는 초원길을 잘도 찾아 다닌다.
이들도 갈림길에서는 좀 헷갈리는지 마을 사람들이나 다른 운전사에게 물어 보기도 한다.
초원을 지나다가 유목민 가족을 만나서 가져 온 헌옷과 학용품 과자를 전했더니 고맙다고 말 젖으로 발효시킨 것을 주는데 한 모금 먹어 보니 비위에 맞지 않았다.
초원길을 가는데 양과 말을 몰고 가던 목동이 우리 일행을 보고 접근해 온다.
승합차 다섯 대로 이동하는 것이 신기했던 모양이다. 양떼를 가까이 몰아 달라고 하니 금세 몰고 오는 것이다.
가까이서 양과 말, 소떼를 찍고 일행들이 선물 몇 가지를 전달하니 고마워 한다. 몽골 사람들은 아직까지는 순박하기 그지 없다.
목적지에 가까워 질 무렵 하늘이 깜깜해 지더니 비가 쏟아진다.
호수 둘레길은 물이 차서 차가 갈 수 없어서 언덕 위로 돌아서 가기로 했지만 키 작은 잡목이 많아서 쉽지 않았다.
호수가 언덕위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숙소에 도착했지만 비는 그칠 줄 모른다.
서울에도 폭우가 쏟아져서 우면산 산사태가 났다는데 고향에서 어머님이 걱정이 되셨는지 전화가 왔다.
이 와중에 여행 중이라면 더 걱정 하실 것 같아서 아무 일 없다고만 했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호수는 아름답기만 한데 비가 와서 사진을 찍을 수 없으니 안타깝게 바라만 본다.
길이 7km, 폭 5km라는데 해가 뜨면 물색이 파랗다고 한다. 운이 있으면 떠나기 전에 햇살이 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쉬움만 남기고 떠나야 한다.
이젠 게르에 불 피우는 것도 잘 한다. 일행 모두 미리 장작을 가져다 나르고 불쏘시개로 쓸 종이 박스도 준비하고 그동안 세 밤을 자더니 모두 선수가 된 모양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도 비는 그칠 줄 모른다. 아쉬움만 남긴채 다음 목적지로 향하여 길을 떠난다.
오늘은 이동거리가 235km로서 이번 여행 중에 두번째로 긴 거리다.
하지만 10km만 가면 아스팔트 포장도로라니 다행이다. 비가 내리는 초원길을 가다가 언덕에서는 차가 미끄러져 올라 가지 못 한다.
모두 차에서 내리고 빈차로 올라 가는데 여러 번 시도 해도 미끄러지곤 한다.
겨우 차들이 언덕위에 오른 다음에 다시 차를 탔다.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초원길은 비를 맞아서 번득이는 것이 작품이 될 것 같았다.
모두들 내려서 비 내리는 초원길을 담아 보았으나 날씨가 잔뜩 흐려서 사진은 별로였다.
어렵게 초원길을 벗어 날 무렵 대형사고가 날 뻔 했다. 초원길에 웅덩이가 있어서 부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량이 360도 두 바퀴를 돌아 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차체가 넘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맨 앞자리에서 이를 지켜보던 나는 등골이 오싹했다.
초원길은 모두 끝이 나고 포장도로를 달렸다. 고생은 되었지만 초원길의 아련한 추억은 오래 갈 것 같다.
오늘 목적지는 울란바트로 시내를 지나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휴양지 텔레지라고 하는데 첫날 왔던 그 길로 되돌아 간다고 한다.
하지만 눈앞에 폎쳐지는 대초원의 풍경에 넋이 빠져서 같은 길인지 다른 길인지 전혀 느낌이 없었다.
점심식사를 좀 우아한 식당에서 한다고 달렸는데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식당에 도착했으니 일행들 모두 시장했을 것 같다.
소고기구이와 밥이 나오는데 마지막 테이블에는 밥이 모자라서 소고기만 먹고 말았다.
식당 종업원들이 처음 배식할 때 밥을 접시 하나에 네 덩어리씩 놓다가 모자라겠다 싶으니 세 개로 줄이고 또 두 개로 줄였지만
결국 마지만 다섯 명에게는 돌아 올 밥이 없었다. 뒤늦게 밥을 다시 한다지만 언제 밥 나오기를 기다려서 먹고 갈까.
아직은 이런 면에서 종사원들의 훈련이 안 되어 있는 것 같다.
늦은 점심을 마치고 목적지로 향하여 달렸다. 울란바트로 시내를 통과 하는데 아직 러시아워는 아니지만 갈수록 차들이 많아 졌다.
기사는 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서 가도 워낙 혼잡하니 시내 통과하는데 시간을 많이 빼앗겠다.
남쪽 산 허리엔 징기스칸 얼굴을 새긴 그림이 있었다. 건물사이로 살짝 보이는 것을 망원으로 당겨서 담아 보았다.
도심을 빠져 나와서 한참을 달리니 텔레지라는 휴양지가 나왔다. 몽골의 3대 휴양지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동네 입구부터 잘 정돈되고 아름다웠다.
길가엔 꼭 코끼리를 닮은 바위가 있고 이곳을 지나서 오른편 산 중턱에 우리가 묵을 숙소가 있었다.
오늘 밤이 게르에서 잘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다.
처음에는 이상하고 불편했지만 며칠 묵어 보니 그런대로 적응이 되었는데 마지막 밤이라고 하니 좀 아쉽기도 하다.
오늘 오후까지도 비가 간간히 내리는데 이러다간 별 사진도 못 담고 돌아 가야할 형편이다.
체체를렉에서 기를 쓰고 시도 해야는데 기회를 놓친 기분이다.
오늘 저녁은 룸메이트가 바뀌었다. 그동안 여수에서 올라 오신 초정님과 게르를 같이 썼는데
여기서는 네명씩 들어 가라는 바람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게르를 배정 받았다.
저녁 식사를 하고 이야기 하던 중 사진을 오래 했다는데도 raw보정법을 모르는 분들이라
일행 중 PC에 포샵이 깔려 있는 것을 빌려다가 즉석에서 사용법을 설명을 해 주었더니 금세 알아 차리고 고마와 한다.

밤새 소변이 마려워 밖에 나가 보니 늑대 울음소리가 들린다 겁이 나서 게르 근처에 소변을 보고 후딱 방 안으로 들어갔다.
몽골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겠지만 ‘허브의 땅’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창문만 열면 허브향이 풍겨 온다. 밤에도 낮에도 허브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 향기를 결코 잊지 못하리라.
새벽이 되어도 비구름은 걷히지 않고 건너편 산봉우리에는 구름이 덮혔다.
이른 새벽부터 일행 중 부지런한 사람들은 언덕이나 뒷산 바위에 올라 사진을 담고 있어서 나도 카메라 들고 나가 보았다.
시시각각으로 변해가는 안개구름을 보면서 숨을 죽이고 담았으나 아무래도 높은데로 올라 가야 할 것 같아서 바위 언덕 위로 올라 갔더니
사방 360도로 풍경이 펼쳐진다. 진작 올라 갈 것을 한발 늦었다 싶었다.
산봉우리에 안개 피어 오르는 모습을 열심히 담다 보니 아침 식사시간이 되었다. 마침 안개도 끝나가고 있었다.
아침 식사를 하고 짐을 끌고 나가는데 햇살이 나면서 경치는 더 좋다. 짐을 세워 놓고 마구 찍었다.
사진 촬영은 오늘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차를 타고 텔레지 마을 맨 끝까지 올라 가서 되돌아 오면서 사진 찍고 차로 이동하기를 반복 했다.
세 시간의 시간이 있지만 넓은 지역의 야생화를 다 돌아 보기에는 부족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야생화들이 언덕을 온통 알록달록 수놓고 있다.
참으로 아름다운 땅이다. 간간히 소나 말 양떼들도 이동하여서 사진 찍기에 너무 바쁘기만 하다.
텔레지 지역 촬영을 마치고 거북바위 옆에 모였다. 들어오는 길에는 거대한 코끼리 바위가 있더니 이번에는 거북바위다,
가까이 가서 보니 정말 거대한 거북이 형상이다. 관광객을 위해 진입로를 넓히는 공사가 한창이다.
거북바위 옆 식당에서 소고기국물에 끓인 국수를 먹고 털레지를 뒤로하고 울란바트로 시내 백화점으로 갔다.
이곳 몽골은 질 좋은 카시미어 제품이 가격도 좋다고 해서 집사람 목도리와 지홍이 옷을 하나씩 샀다.
여행지에서 물건을 잘 사지 않는 편인데 이번에는 꼭 하나씩 사고 싶었다.
오늘이 마지막 밤인데 숙소는 호텔이었다. 오랜만에 샤워도 하고 잠을 푹 잘 수 있게 되었다.
호텔은 도심에서 약간 벗어난 곳이지만 시설이 좋은 편이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나니 한결 개운했다.
저녁은 몽골에서 꽤 유명한 전통식당으로 안내했다. 야채와 국수를 깔고 위에는 얇게 썬 소고기를 덮어서 찐 것인데
소고기 국물이 배어서 국수와 야치가 맛이 있는데 소고기는 상당히 질긴 편이다. 여기서는 소를 방목하기에 고기에 기름이 없어서 질긴가 보다.
미국산 소고기는 잡기 전에 몇 달간 곡물을 먹여서 기름을 끼게 하여 부드럽고 맛이 좋은데 여긴 그런 마블링 과정이 없기 때문에 질길 수 밖에 없나 보다.
고기가 질기지만 오래 씹어 보니 고소한 맛이 좋은 것 같았다. 멋진 만찬을 하고 숙소로 돌아 와서 마지막 밤을 보냈다.

오후 1시 비행기인데 오전에 어딜 가자고 하지만 모두 쉬겠다고 했다. 아침 일찍 동네 한 바퀴 산책을 했다.
새벽은 확실히 춥다. 한국의 늦은 가을 같은 기온이다. 9월 중순부터 단풍이 든다고 하는데
몽골의 여름은 몇 달 뿐이고 겨울은 엄청나게 길고 춥다고 한다.
동네를 돌아 보는데 쓰레기와 먼지 투성이다. 아무렇게나 파헤쳐진 땅이며 짓다만 스산한 건물, 쓰러기 투성이인 개울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겠다.
여기서도 아파트는 인기라고 한다. 어제 보니까 깔끔한 고층 아파트촌이 있던데 한 채 값이 10억 이상 호가 한다고 한다.
한국 건설업체에서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청약을 받고서는 계약금을 받아서 도망을 간 사건이 있은 후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고 한다.
국제망신 시키는 업체가 간혹 있어서 문제다.
도심 속에도 게르가 간혹 보인다. 초원에서 일자리를 찾아서 도시로 와서 살고 있는 유목민들의 집이라고 한다.
몽고 사람들도 가라오케를 무척 좋아 하는 모양이다. 한집 건너서 가라오케가 보인다.
몽골은 한국을 모델로 삼고 따라 하기를 열심히 한다는데 한국의 사기꾼 때문에 국가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이 안타깝다.
10시에 호텔을 나서서 공항으로 갔다. 30분 정도에 갈 수 있는 가까운 거리였다.
6박 7일의 몽골여행이 끝나가는 순간이다.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안내를 맡았던 노재섭씨는 내일 돌아오며
부인과 아들 수철이는 1주일 더 머물다가 돌아 온다고 한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39명의 적지 않은 인원이 험하고 힘든 초원여행에서 아무 탈없이 여정을 마치고 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몽골 첫날 달리던 2호차에서 동태가 빠진 일이며 초원에서 1호차가 720도 회전을 한 일은 아찔하기만 하다. 하늘이 도왔기에 아무 사고 없이 마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쉬움도 많이 남은 몽고를 내년에 다시 찾아 오고 싶다. 이번에는 기간이 1주일이라 아르항가이 지역만 돌아 보았지만
내년에는 10일 정도로 잡고 홉스골지역으로 가 보고 싶다. 홉스골은 아르항가이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고 하니 꼭 가 보고 싶다.
돌아가면 게르가 생각나고 장작에 불 지피던 일, 먼지가 뽀얗게 날리는 초원길, 끝없이 어어지는 대초원과 허브향, 에델바이스,
흐드러지게 핀 야샹화, 앙떼, 순박한 유목민들이 생각 날 것이다.
이 아름다운 몽골 땅에 머물었던 시간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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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 2012.9.18.무건리 폭포 상황(동영상)입니다 [1] 法務士/한일성 2012.09.21 1553
269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 - 세계 3대 아름다운 산길 [3] file 주안/주안윤 2012.07.16 4585
268 The Wave – 미국과 유럽의 사진 작가가 죽기 전에 반드시 촬영하고 싶어하는 스팟 1위 [9] file 주안/주안윤 2012.02.11 4078
267 원양제전-2 [3] file ♥낭만/현영찬♥ 2012.01.15 2336
266 웬양제전-1 [2] file ♥낭만/현영찬♥ 2011.11.26 2814
265 2011년 가을 우포 정모 [14] file 화이트/조부행 2011.11.21 2286
264 곡교천에서 꽃지까지 [3] file 화이트/조부행 2011.10.31 2049
263 [메카포의 사진에세이] 중국 - 신강성 - 아침밥 짓는 연기 속에 퍼지는 풍요로움의 가을풍경, 허무향 [禾木鄕] Part.1 [4] file 메카포/남인근 2011.10.11 2472
262 순천만에서 불갑사까지 [6] file 화이트/조부행 2011.09.05 2994
261 [메카포의 사진에세이] 중국 - 오아시스를 따라 떠나는 여정의 길, 바단지린사막 : ② [11] file 메카포/남인근 2011.08.16 3943
260 [메카포의 사진에세이] 중국 - 이방인의 발자취를 허용하지 않는 곳, 바단지린사막 : ① [7] file 메카포/남인근 2011.08.16 4197
» 몽골 출사기(2011.7.24~30) [14] file 안단테/우승술 2011.08.02 2696
258 (壩上-10) 마무리 [1]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7.02 2826
257 (壩上-9)금산령(金山嶺) [1]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7.02 2694
256 (壩上-8) 십리화랑(十里畵廊)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7.02 2744
255 (壩上-7)라마산(喇嘛山) [1]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7.02 2490
254 패상(壩上-6)반룡협곡(盤龍大峽谷) [1]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7.02 2369
253 (壩上-5) 공주호(公主湖) [4]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6.28 2435
252 (壩上-3)장군포자(將軍泡子) -합마패(蛤蟆壩) [2]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6.28 2324
251 바이샹 (壩上) 4-소홍산자(小紅山子) [4]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6.28 2021
250 (壩上-2) 오채산(五彩山) [2]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6.28 2974
249 壩上-1 (어도구)御道口 file 碧河/선우인영 2011.06.28 2394
248 2011.6.5~6 낭만클럽 우음도 출사 후기 [4] file 문당/송재권 2011.06.08 2518
247 객납준(喀拉峻) 신강(新疆) file ♥낭만/현영찬♥ 2011.05.10 2566
246 남도 낙안 읍성의 아침 [1] file 화이트/조부행 2011.05.09 2694
245 오래 기억 될 2011"우포 정모 [8] file 화이트/조부행 2011.04.18 2785
244 잊지못할 반쪽짜리 출사기 [3] file 정도영 2011.04.17 2533
243 첫 출사! [3] 이한광 2011.03.02 2650
242 동검도에서 [5] file 화이트/조부행 2011.02.22 2852
241 영암호에서 문의 마을까지 [7] file 화이트/조부행 2010.12.14 2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