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공대생스러운 글쓰기 실력탓으로 어지간한 모임에서도 후기 따위는 잘 안써 버릇을 하다보니,
게다가 글쓰기는 논문을 제외하고는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다보니 조금은 부담이
아닐 수 없네요. (일련의 후기 작성에 대한 압박이 없지 않았다고는 말을 못하겠네요. ㅎㅎㅎ -_-;;)
각설하고, 요즘 한참 회사 퇴직을 앞두고 바쁜 척을 하다보니 매일같이 드나들던 낭만클럽도, 현관만
들락거리다,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혹시나 출사에 낄 수 있으려나하고 지난 금요일
출사게시판을 보니, 아니나다를까 서울지역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그 유명하다는(!) 이끼계곡.
바로 화이트님께 쪽지를 남기고 혹시나 안되면 찐~한 전라도 사투리 구수하신, 알고보니 고향도
같았던 목화아씨께 들러붙어야겠다고 다짐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지요. 다행이도 가겠다고 하셨던
분이 못가신다며, 언제나 그렇듯, 아직은 낯설어하는 저를 정답게 맞아주시는 화이트님의 전화.
먼저 용평 콘도에 도착해서 가는 내내 코끝을 유혹하던 족발을 풀어내었지요. 술잔이 몇 순배 돌며,
사진이야기부터 동회회 내의 정치적인 이야기까지를 이렇게 듣고있자니, 어느덧 제가 insider가
된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slrclub에서 "활동(?!?)"을 할 때에는 아는 사람도 하나 없이 찍어놓은
사진을 올리며, 이제나 저제나 대문에 한번 걸려볼 생각만하던 outsider, 즉 주인의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객의 입장이었고, 그게 이어져 낭만클럽에서도 그런 입장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두번밖에 아닌 낭만에서의 off 모임이었지만 이번 출사를 통해 조금은 낭만人에
가까워진 듯 합니다. repler, chugger님의 영향이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게 두시 넘어까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본연의 목적을 위해 조금 잠을
청하기로 했습니다.
새벽 4시. 다행인지 불행인지 다들 잠을 얼마 못잔 탓에 조금은 덜 부시시한 모습으로, 일출을 위해
늦게 출발하신 목화아씨팀을 만나 감자밭 뽀인트로 이동하였고, 처음 도착했을 땐 감자가 심어지지
않은, 황량한 뽀인트 주변 모습에 조금은 실망하며 어디서 사진을 찍을지 고민을 하던차에 해가 뜨고
나니 아직은 걷히지 않은 안개와 햇살이 어울어져 꽤나 멋들어진 풍광을 볼 수 있었습니다.
뒤이어, 목장과 이끼계곡을 거쳐, 강원도 축산연구소 "도촬"까지 많은 것들을 배우고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개인적으로는 정말 수확이 큰 출사였습니다.
오랜만에 소위 글이라는 것을 쓰다보니 에너지 소모가 꽤나 커서 용두사미인 글이 되버렸네요. -_-
나머지, 출사의 요모조모는 같이 했던 여러 분들의 사진을 통해서 확인하시고, 저 역시 조금이나마
제가 느낀 감동을 전달하도록 많은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전부 raw로 찍다보니 사진 "제작"에 조금
시간이 걸리네요. -_-;;;;;;;;;
처음 숙제가 어려웠든 모양입니다
읽으보니 참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