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반룡협곡(盤龍大峽谷)
습지의 지류가 흐르는 모습이 꿈틀거리는 용처럼 보여서 반룡협곡(盤龍大峽谷)이라고 붙여진 모양 인듯하다.
입구에서 얼마쯤 갔을까, 몰려가던 사람들이 사진 포인트를 찾아 하나둘 흩어진다.
나 역시 내 포인트를 찾아 두리번거리다가 오른쪽 능선을 보니 그곳에 오르면 양쪽 협곡을 모두 내려다 볼 수 있을 것 같아
슬며시 산속으로 들어서는데 이 상영님이 눈치 채고 백만송이님을 부른다.
등산에 자신 없는 백만송이님은 협곡으로 들어서고 이 상영님만 따라서 능선에 오르기 시작하였다.
(바이샹 전역이 해발 1.500m라 고산에 적응하지 않으면 조금 숨이 차다.)
지형이 사구라 모래를 밟고 오르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갔다. 길이 험해도 일부러 나무가 있는 곳으로 선택하여 오르는데, 숨은 턱 까지 차고
어제 먹은 술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데, 대장이 여자회원 앞에서 헤매면 체면이 그럴 것 같아 이를 악물고 정상에 오르니,
웬걸 정상은 끝없이 펼쳐진 평지였던 것이다.
그리고 양들이 잘 다듬어놓은 축구장 같은 구릉 하나가 잠실운동장 몇 개를 옮겨놓은 듯 광활하기만 하다.
반룡협곡을 따라 역광으로 사진포인트 찾으며 계속 능선으로 움직이는데 능선이라 그런지 바람이 세차다.
어느 지역은 나무가 바람에 의하여 사구의 모래가 깎여 뿌리를 드러낸 모습이 나뭇가지를 내려 놓은듯하다.
자작나무 잎이 떨어져 저녁노을에 긴 그림자의 모습을 만드니 구르몽의 시가 문득 문득 떠오른다.
구릉의 목가를 보면서 여기에 가축들과 함께 한 커트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가축이 없으니 어찌해볼 수가 없다.
긴 능선을 따라 막바지에 땀을 식히며 건너편 능선을 바라보니 목 기자님의 모습과 홀로 가을 사냥을 하는 김경원님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담배한대 입에 무는 순간에 능선 끝자락에서 뽀얀 먼지가 일면서 나타난 양들에 황급히 100-400mm랜즈로 교환하고 달리기 시작하였다.
급한 나머지 양떼만 보고 뛰다보니 너무 오버하여 되돌아오는 실수까지 하였다.
시간이 남는듯하여 돌아온 길을 되짚어 내려왔는데 왔던 길도 만만치 않다.
그날 이후 수많은 사연과 별명 등으로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되었다.
끝까지 대장만 믿고 따라준 이 상영님께 감사드립니다.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