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한국어

여행/출사new comment

강양항 우중 출사/목표 초과 달성

2009.12.01 11:05

조나단/범공천 조회 수:2447 추천:11















||0||0

 시집가는 날 등창이 난다고 명품 동호인클럽 낭만포토클럽에 가입한 지 8개월 만에 처녀출사로 동참키로 하였는데, 이날 최악의 기상상태가 예견되었다. 출사일 1주일 전 기상예보는 당일 현지에 ‘구름 조금’이던 것이 출사일이 다가오면서 자꾸만 악화되어가다가 결국 ‘다소 많은 비’가 온다는 기상청 예보로 바뀌어가자 나의 설렘에 재를 뿌린 꼴이 되어 여간 실망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까지 기상청을 ‘오보청’이라던 비아냥 별칭을 차라리 믿고 싶어졌다. 그러나 출사일이 다가오면서 더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는 오히려 자꾸만 반대로 가더니 결국 출발 직전의 기상예보는 동해안은 높은 파도와 함께 ‘다소 많은 비’가 올 확률이 80%란다.

이러한 경우 출사일 변경과 같은 조치도 어차피 어려운 상황이라면 날씨 탓만 해서는 부질없는 노릇이라 어서 지혜로운 생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변해갔다.

처음 출사이니 만큼 최소한 30분 전에 당도하여 오시는 회원마다 일일이 수인사를 하기 위해 미리 여유 시간을 가지고 집을 나섰으나 하필 철도 파업으로 인해 겨우 10분 전에야 관광버스에 탑승할 수 있었다.

 

자리를 잡은 후로는 이번 출사의 의미를 ‘오메가 일출’이니 ‘해무 속에서 갈매기를 거느리고 회항하는 멸치잡이 어선’ 같은 환상적인 이미지는 아예 털어버리고 한 분을 제외한 모든 회원이 처음인 지라 이분들과의 친교를 맺고 마음을 소통하는 창구를 개설하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사진 촬영은 극히 작은 의미를 두기로 하니 마음이 더 이상 위축되지 않고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으로 바뀌어갔다. 왜냐하면 이번 나의 수정된 출사 목적과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그 목표라는 것도 나는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보다는 낮게 책정하는 버릇과 생활철학 때문에 기대치를 초과달성의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고로 지금까지 내 인생의 전반적인 역정에서 재물이나 명예나 사회적 직분 등 모든 분야에서 초과 달성해서 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나의 인생관은 본시 유전적인 면도 있을 것이나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의 재산·지식·사회적 지위·권력 등의 소유에 전념하는 「소유양식」보다는 자기능력을 능동적으로 발휘하며 삶의 희열을 확신하는 「존재양식」의 철학에 영향을 받았을 터이다.

 

무엇을 많이 그리고 크게 소유하고자 하는 탐욕성은 언제나 현재의 소유상태보다 몇 발자국 앞서 나가는 마력을 갖는 특성 때문에 온전한 달성은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고 본다. 그러니까 99마리의 양을 가진 자가 한 마리의 양을 소유한자로부터 얻고자 하는 것이 인간 본능이다.

그러기 때문에 이런 인간은 만족할 수 없어서 늘 불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의 궁극적인 삶의 목적은 행복 추구에 있다. 그렇게 볼 때 행복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한 것이다. 목표를 낮게만 잡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삶의 지혜로 나는 늘 긍정적인 사고를 지향하는 데에 있다고 보지만 이것의 실천은 내겐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나 늘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한 예로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우화가 있다.

비가 오면 나막신 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해가 쨍쨍하면 우산 장수 아들을 걱정하다보니 1년 내내 걱정하는 할머니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어느 날부터는 반대로 생각하기로 해서 비가 오면 우산 장수 아들 많이 팔겠구나, 해가 쨍쨍하면 나막신 장수 아들이 많이 팔겠구나고 생각하니 1년 내내 행복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생각으로 이날의 출사 의미가 정립되고 마음의 상태도 정리가 되고나서 차 속 토끼잠이나마 잘 수 있었다.

울산 지역에 가까이 가면서 내리기 시작하던 비가 일출 전 2시간 전에 강양항에 도착하니 어둠 속에서 추적추적 비는 내리지만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그러다 일출시간이 가까워오자 용케 비는 그치고 우리 일행은 우산도 필요 없이 촬영 포인트에서 기약 없는 임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막연하게나마 촬영 준비를 했지만 비구름으로 가린 하늘에 태양님이 얼굴 내밀 수도, 심한 파도로 출어하지도 않은 멸치잡이어선이 돌아올 리도 없는 터였다.

 

그러나 나는 겨울답지 않게 온후한 아침 날씨에다 고맙게도 비가 내리지 않는 상태에서 앵글에 담을 거리가 그리 궁색하지는 않았다. 이만하면 되었다 싶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하여 식당으로 이동하기까지 아직도 아쉬운 마음의 찌꺼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미리 예약된 식당에서 해장국으로 다소 허기진 배를 채우는 동안 유일하게 구면인 수향 한선희 선생님과 온라인상에서 좋아하던 운곡 서병일 선생님(이때는 그 분이 그 분인 줄을 몰랐음) 사이에서 행복한 식사시간이 되었다.

 

한선희 선생님은 연세에 비해 곱고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계시고 멋과 낭만 그리고 지식과 지혜를 겸비하고 계시어 인품이 고매하신, 은은한 인간적 향기를 발하는 분이신 지라 연로하더라도 ‘이상적인 여성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때 바로 우측 옆 좌석의 서병일 선생님이 주시는 돼지 족발 안주에 소주 한 잔의 맛은 출사의 추억을 아름답게 수놓는 데에 한 몫을 했다. 그 분은 다음 행선지 읍천에서 나의 사진 촬영 모습을 담아주시기도 했다. 참 다정다감한 분 같다.

 

식사 후 나보다 훨씬 연배이신 한선희 선생님께서 커피 서비스까지 해주시어 뭐가 뒤바뀐 듯하여 미안하면서도 참 고마웠다.

이때 차분하면서도 듬직하신 우리 대장님께서 회원소개를 주관하셔서 개인별 자기소개를 하였는데 나는 처음 출사라 여러 회원님들과의 반가운 만남에 주안을 두었기 때문에 날씨는 별문제가 안 된다고 하여 동감을 얻음으로써 아침 사진촬영의 기대에 실망하신 분들을 의식하여 위무적인 언급을 하였다.

 

이제 애당초의 계획대로라면 아침식사로 하여 사실상의 계획은 종료된 것이다. 그러나 센스가 남다르시고 사진촬영 명소를 누구보다도 잘 아시어 이 때문에 최고의 권위로서 리더십을 발휘하시는 대장님께서 다른 대체계획이 없을 리가 없다. 그래서 다음의 촬영지가 읍천이었다.

 

파도가 거세게 일어 너울이 넘실거리며 바위에 부딛쳐 새하얗게 부셔지는 장면은 가히 장관이었다. 한 손에 우산을 받쳐 들고 카메라를 조작하기란 참 불편했지만 굶주린 사자처럼 멋진 장면을 정신없이 담아내었다. 이곳저곳 우리 회원님들도 거센 바람과 빗방울의 집요한 방해에도 열정적으로 담고 있는 광경은 또 다른 장관이었다. 사진에 대한 열정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이런 행동은 어쩌면 미친 짓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포토에세이를 쓰면서 실제 미친(美親: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한 일이 있다.

처음 출사인데 회원들 눈밖에 나면 안 될 터여서 이를 의식하면서도 나는 맨 마지막까지 남은 부류에 속하면서까지 땀과 열기로 안경이 흐려질 때까지 열심히 담았다.

 

그리고 다음은 상주 옹기 제조공장에 가서 장인이 옹기를 빚는 장인정신을 연출하여 귀하고도 소중한 장면들을 담을 수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덤으로 봄을 잉태하고 있는 목련꽃과 가을날 태양을 삼킨 감들을 곶감으로 엮어서 매달아 건조시키고 있는 광경도 담을 수 있었다.

 

이리하여 3곳에서 300컷을 담아오면서 만선의 어부 같은 행복감으로 귀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의정부 북방 양주 집에 도착하니 11시가 되었지만 샤워만 하고 다시 작업을 하여 30여 장을 나의 카페와 내가 운영자로 있는 카페에 올리고 우리 낭만포토클럽에도 읍천의 파도를 담아 ‘무한한 갈망’이라는 제하로 등록하고 나서 밤2시에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잠이 들기 전 이번 출사를 결산해보니 애당초 기대치의 대략 120%를 이루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지금 다시 재 결산을 해보니 가입 후 처음으로 내 작품이 추천갤러리로 오르게 된 것을 감안하면 200% 정도의 목표 달성을 했다.

언제 또 출사를 가는가...

 

 

* 낭만 대장님과 대안님 정말 노고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안녕하세요 대야리에서 나룻배 띄웠던 최감독입니다! 하루루 2024.03.11 263
210 오 덕유산/미리 가본 천국 [7] file 조나단/범공천 2010.01.06 2193
209 눈내린 경복궁스케치 [11]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10.01.05 1764
208 덕유산 색으로의 터치 [6]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10.01.03 1766
207 덕유산의 상고대 [19]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09.12.23 2482
206 청도 합천 고창 출사/고수, 그는 누구인가. [14] file 조나단/범공천 2009.12.21 2460
205 12월 가창오리를 만나다 [8] file 화이트/조부행 2009.12.09 2174
204 설경이 있는 풍경 [8]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09.12.05 2343
203 영월 상동읍 스케치 [6]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09.12.03 2203
» 강양항 우중 출사/목표 초과 달성 [10] file 조나단/범공천 2009.12.01 2447
201 우중의 회원님들 [2] file 달구름/안종헌 2009.11.30 1845
200 낭만포토 옥정호 담양 메타 순천만 출사 후기 [5] file 소리새/전재성 2009.11.23 2118
199 소래생태지구 스케치 [4]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09.11.19 2060
198 우포의 느낌이 노래가 되어 [전국출사] [12]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09.11.16 1972
197 우포 정모 사진 입니다 [16] file 화이트/조부행 2009.11.16 2094
196 남산스케치 [5]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09.11.09 1660
195 덕수궁스케치 [7]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09.11.08 1802
194 고궁스케치 [12] file 여행스케치/김태선 2009.10.31 2103
193 [11/5(목) ~ 6(금)] 선운사,내장산,옥정호 평일출사 모집합니다. [3] 산야로/류영민 2009.10.28 2052
192 [10/24(토)~25(일)] 무박2일 대둔산 출사 모집합니다.(일정변경) 산야로/류영민 2009.10.19 1833
191 구절초 동산을 다녀와서 [7] file 화이트/조부행 2009.10.12 1925
190 2009년09월28일 국사봉에서.. [3] file 소리새/전재성 2009.09.30 2131
189 가을의 백두산 [13] file 둔치/이춘택 2009.09.27 1985
188 영종도 서울 벙개 [4] 목화아씨/이경자 2009.09.14 2426
187 2009년 08월 30일 마이산 출사에서.. [12] file 소리새/전재성 2009.08.31 2418
186 가까운 바다에서 [10] file 화이트/조부행 2009.08.31 2106
185 8월15일 고령 워낭소리 번개 [2] file 소리새/전재성 2009.08.18 2244
184 광화문에서 [14] file 화이트/조부행 2009.08.10 2076
183 통영 한산대첩축제 안내 [3] 고박사/고인재 2009.08.08 2032
182 2009년08월02일 대구/경북 번출 후기 [3] file 소리새/전재성 2009.08.03 1987
181 이렇게만 출사가 이루어 진다면..... [16] file 화이트/조부행 2009.07.20 2150